작성일
2019.12.10
수정일
2019.12.11
작성자
임인혜
조회수
2199

[보고서 2] 80년대의 홍콩과 그들의 이야기

흔히 80년~90년대 홍콩영화는 그야말로 홍콩영화계의 전성기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홍콩영화를 찾아서 본적은 없었는데, 저번 수업시간에 <중경삼림>이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차분하고 정적이면서도 어떤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그 시대 홍콩 영화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이에 홍콩과 관련된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감상한 영화는 장완정 감독의 <가을날의 동화>, 진가신 감독의 <첨밀밀>입니다.
이 보고서는 두 영화를 보고 느낀 80년대 홍콩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모습, 언어 등을 중점으로 작성하고자 합니다.

먼저 두 영화는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타향살이를 하게 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영화 <첨밀밀>의 등장인물 소군은 중국 상하이에서 홍콩으로 건너와 이후에 약혼녀 함께 정착하고자 홍콩에서 홀로 타향살이를 시작했고, <가을날의 동화>의 제니퍼는 남자친구 빈센트와 미국 유학길에 오르며 살던 곳과 다른 곳에서 정착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두 영화는 각각 한 명은 중국 대륙에서 홍콩으로, 한 명은 홍콩에서 미국으로 떠나 그 곳에서 생활하는 인물들을 통해 홍콩과 홍콩의 사람들에 대해 비춰 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두 영화 모두 80년대 홍콩과 홍콩 사람을 배경으로 두고 찍은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 당시 홍콩 분위기와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80년대 홍콩은 영국령에서 중국령으로 막 넘어가기 직전의 시기였고, 한국, 대만,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4마리 용’ 이라 불릴 정도로 경제발전의 절정이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대륙에서도 많은 인원들이 홍콩으로 넘어오기도 했었는데, <첨밀밀>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새로 유입된 중국인과 본래 살던 홍콩인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소군과 이요의 첫 만남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요는 광둥어와 영어를 할줄몰라 주문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 하고 어리버리하게 있는 소군을 한심하게보고, 급기야 사기를 치기까지 합니다. 이는 당시 홍콩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홍콩으로 넘어온 중국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드러나 있습니다.
그러나 대륙인의 상징처럼 등장하는 소군의 이러한 어리숙함은 곧 홍콩인과는 다른 대륙인의 순수함을 나타내는 표시이기도 했습니다. 소군이 약혼녀인 소정과 같은 팔찌를 이요에게 선물하고자 했던 것과, 결국 소군과 결혼한 소정이 차 안에서 이요에게 자신의 팔찌를 차주려는 모습 등으로 경제가 발전하고 서구화된 계산적인 홍콩의 모습과는 많이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차이점을 계속 상기시키면서도, 중국 사람과 홍콩사람의 공통점을 그들이 좋아하는 가수와 깔리는 노래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당시 유명한 가수였던 등려군과 그의 대표작인 ‘첨밀밀’이라는 노래인데, 당시 대륙에서 “중국의 낮은 덩샤오핑, 밤은 덩리쥔이 지배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가수의 노래였다고 합니다. 등려군은 중국이나 홍콩이 아닌 대만의 가수 인데, 중국과 홍콩이 서로 생활이나 생각은 다르지만 대만의 가수를 함께 좋아한다는 점에서 서로간의 동질감을 표현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두 영화를 감상하면서 80년대의 홍콩과 홍콩 사람들이 서구화에 점점 빠르게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홍콩은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였는데, 이러한 화인의 생활에 대해 잘 풀어낸 <가을날의 동화>에는 제니퍼의 남자친구였던 빈센트가 제니퍼가 아닌 다른 여자와 함께 다니며, 이에 대해 슬퍼하는 제니퍼를 향해 여기, 즉 미국은 원래 이런 거라며 당당하게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를 단순히 유학생활 때문에 한 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러한 점이 홍콩인이 점점 서구화되고, 미국 문물과 환경에 물들어 감을 나타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첨밀밀>에서도 소군과 이요, 두 주인공의 첫 만남은 서구화의 상징인 홍콩의 맥도날드였으며, 영화에서 다루어진 그들의 마지막 장면 또한 뉴욕에서 우연히 만나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를 통해 당시 왜 홍콩이 중국 본토와는 조금 다른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풍겼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서구화에 관한 내용은 영화 내에서 홍콩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서도 확인해볼 수 있는데, <첨밀밀>에서 이요가 중국 본토 언어만 사용하는 소군에게 여기서 적응하려면 광둥어나 영어쯤은 알아두는 편이 좋을 거라 고하던 점에서 봤을 때, 당시 홍콩은 광둥어 뿐만 아니라 영어를 쓰는 인구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첨밀밀>에서 소군이 다니던 영어학원 등을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가을날의 동화>에서는 처음부터 배경이 미국의 유학생활로부터 시작하고 있으며, 뱃머리가 막 유학을 온 제니퍼에게 너는 영어도 모르냐고 말하는 부분에서 영어를 당연시 여기고 있다는 점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에서 홍콩과 홍콩인들의 서구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 또 제가 흥미롭게 본 것은 홍콩의 혈연, 지연 관계입니다.
<가을날의 동화>에서 보면, 뱃머리와 제니퍼는 먼 친척이라고 묘사되는데, 아무리 먼 친척이여도 얼굴도 잘 몰랐던 거의 남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인데 어떻게 저렇게 세심하게 가족처럼 챙기고 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했었는데, 이에 대해 알아본 결과 홍콩인들은 국가의식이나 민족의식보다는 혈연의식이 앞서며, 해외진출화교들도 지역연고나 이로 인해 형성된 그룹들을 중심으로 회사를 차리는 등 혈연이나 지연관계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지인이나 혈연은 더 각별히 챙기는 문화가 있기는 하지만, 홍콩은 이러한 문화가 우리나라보다 더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습니다.

이렇듯 80년~90년대의 홍콩영화 두 편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홍콩영화의 세련됨이나 영상미, 특유의 분위기에 대해 느낄 수 있었고, 당시 홍콩이 어떤 상황이었으며, 왜 홍콩사람들의 정체성이나 다양한 측면에서 혼란스럽게 그려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온다면 홍콩영화에 대해 더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winthewind/20022756355 홍콩의 혈연과 지연 문화, 홍콩의 역사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138166616023384&mediaCodeNo=257&OutLnkChk=Y 등려군


《가을날의 동화》(1987, 張婉婷 감독, 秋天的童話, An Autumn's Tale)
《첨밀밀》(1996, 陳可辛 감독, 甜蜜蜜, Comrades: Almost a Lov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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