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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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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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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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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1] [EE칼럼] 재생에너지 가격하락 전망이 허황된 이유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주헌교수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는 종종 비용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물론 가격은 비용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된다. 아무리 많은 공급비용을 들였어도 수요가 부족해 그냥 버려야 할 정도로 남아돌게 되면 가격은 형편없이 떨어진다. 반면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어도 수요가 넘쳐 없어서 못 팔정도로 품귀를 빚게 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물론 현실 시장에서는 수급의 심각한 과부족 현상은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는다. 저장과 유통을 활용하여 수급불균형을 해소해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저장과 유통 방법이 마땅치 않으면, 수급불균형이 반복되면서 가격은 언제든지 급등락을 거듭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전기는 저장과 유통이 어려운 상품이다. 전기 저장 기술은, 최근 배터리업계가 장밋빛 전망으로 들떠있지만, 자동차용 혹은 소규모 수급 조절용 차원에 머물러 있을 뿐, 발전소 단위의 공급 장애를 해소하는 옵션으로 활용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전기 유통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거래 당사자 간 전기의 과부족이 어긋나게 딱 맞아 떨어져야 가능하기 때문에 상당한 제한이 따른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전력계통이 인접국과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전력 섬나라인 경우 인접국과의 유통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전기가 남아돌면 버리는 것 이외의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앞으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전기가 남아돌아 그냥 버리게 되는 일이 크게 늘어날 것 같아 걱정이다. 바람 부는 한 낮에만 집중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풍력의 용량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조금만 높아져도 전기수요를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주도에서는 벌써 전기가 남아돌아 버리게 되는 감발 현상이 자주 관찰되고 있다.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2015년 9.3%에서 2020년 18%로 증가하는 동안 감발횟수는 3회에서 77회로 25배 이상, 감발량은 0.15GWh에서 19.4GWh로 약 130배 증가하였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감발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제주에너지공사에 의하면, 2030년에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40.2%에 해당하는 2078GWh의 전기가 버려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우리나라 전체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030년에 약 30%에 이르게 된다. 국가단위의 대규모 감발 현상이 코앞으로 닥쳐오고 있다는 뜻이다. 감발량의 급격한 증가는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크게 훼손하는 부메랑이 된다. 애써 생산한 전기가 버려질 수 밖에 없다면 전기 생산에 투입된 비용은 모두 물거품이기 때문이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의 맹목적 옹호자들은 소위 균등화발전원가(LCOE)의 하락 추세를 앞세우며 재생에너지가 머지않아 가장 값싼 전원이 될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혹세무민의 엉터리 논리다.

균등화발전원가는 발전설비 운영기간 중 발생하는 총비용을 총발전량으로 나누어 계산된다. 문제는 물리적으로 생산된 발전량 모두를 무차별적으로 총발전량에 포함시킨다는데 있다. 버려지는 전기는 가치가 없기 때문에 총발전량에서 제외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총발전량에 포함시켜 발전원가를 억지로 낮추고 있는 것이다.

전체 시스템 차원의 발전원가는 총비용을 총발전량이 아닌, 유효발전량 즉, 버려지지 않는 발전량으로 나누어 계산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유효발전량은 재생에너지의 비중 증가와 함께 빠르게 줄어들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시스템 발전원가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급등할 수 있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수다. 따라서 발전비용 상승은 피할 수 없다. 정직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값싼 에너지라고 혹세무민하면 안 된다. "국민 여러분, 전기가격이 크게 오르더라도 지구를 살리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합니다"라고 진솔하게 고백하는 지도자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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