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4.07.11
수정일
2024.07.11
작성자
박지현
조회수
48

[기고] 김해원 교수, 로스쿨에서 변호사 자격취득과 법학전문대학원 교육

변호사 자격취득과 관련해서 현재 우리 입법자는 ‘선 교육, 후 시험 제도’를 선택했다. 먼저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하여야” 하고(「변호사시험법」 제5조①), 이어서 이를 전제로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자”에게 변호사의 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이다(「변호사법」 제5조①). 이러한 제도는 교육이나 경력만으로 특정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경우(예컨대 「초ㆍ중등교육법」에 따른 교사 자격취득 제도)나 시험만으로 특정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경우(예컨대 「공인노무사법」에 따른 공인노무사 자격취득 제도)와는 분별 된다. 또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 과정 수료라는 ‘선 시험, 후 교육 제도’를 통해서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던 과거의 변호사 자격취득 제도와도 분명 다르다.

물론 각각의 자격마다 나름의 특수성이 있을 것이고 나름의 다양한 현실이 있을 것인바, 이를 고려해서 내린 입법자의 판단은 기본적으로 존중돼야 한다. 따라서 변호사 자격취득에 관계하는 기관들은, 입법자가 설계한 ‘선 교육, 후 시험 제도’의 취지에 맞게 ‘교육’과 ‘시험’이라는 구분되는 두 제도적 요소가 각각 나름의 고유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이해는 교육은 교육부장관의 관장·통제 아래에 있는 법학전문대학원이 담당하고(특히 「정부조직법」 제18조①, 「법학전문대학원법」 제38조~제42조), 시험은 법무부장관이 관장·실시하도록(「변호사시험법」 제3조) 그 역할을 각각 분담케 한 현행 법률체계와도 잘 조응할 것이다.

따라서 만약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 변호사시험에 의해서 과도하게 조종되거나 변호사시험에 종속된다면, 이는 ‘선 교육, 후 시험 제도’로 설계된 법률상 제도인 변호사 자격취득 제도의 실질이 ‘시험에 의한 변호사 자격취득 제도’로 변질된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입법자의 의사에 어긋나는 위법적 상황이라고 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상황은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및 자율성을 위협하고 시험에 의해 교육과 교육기관이 억압 및 압박받는 구조를 유발할 것이란 점에서, 위법을 넘어선 위헌적 상황으로 의심해야 할 것이다. 왜냐면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 및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보장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법적·위헌적 상황을 경계해서 우리의 입법자는 “법무부장관은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여 시험의 합격자를 결정하여야 한다.”라는 규정(「변호사시험법」 제10조①, 제1문)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해당 규정은 변호사 자격취득의 두 제도적 요소인 교육과 시험의 (건강한 긴장 관계가 훼손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괴리나 그로 인한 폐해를 시험의 관점이 아닌, 교육의 관점에서 조정할 것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점에서 법률상 변호사 자격취득 제도는 ‘교육을 중심에 둔 선 교육, 후 시험 제도’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제도의 핵심이 변호사시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 나름의 고유성과 의미를 확립하고 변호사시험과의 일정한 거리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발휘하기보다는, 자신의 고유한 목적을 상실하고 단지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거추장스러운 과정 혹은 수단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다. 실제로 변호사시험에 비중이 낮은 주요 교과목들이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점점 외면받고 있으며, 학생들은 「법학전문대학원법」 제2조가 명시한 교육이념의 내용 요소인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모하거나 “자유ㆍ평등ㆍ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의 함양에 몰두하기보다는, 오직 변호사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법학전문대학원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변호사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이를 본떠 실시하는 시험으로서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가 주관하고 각 법학전문대학원이 시행하는) ‘변호사시험 모의시험’에 응시하여 일정한 성적을 취득할 것을 졸업 즉 학위취득을 위한 (선택적 요건이 아닌) 필수적 요건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활용은 입법자가 의도한 변호사 자격취득 제도나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취지와는 거리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도 ‘법학전문대학원이 변호사시험 준비 기관이고,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의 목표가 변호사시험 합격에 있음’을 법학전문대학원 스스로 인정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다. 「법학전문대학원법」은 변호사시험 응시자를 양성하는 데 존재의 목적이 있다고 규정하지 않았다, 단지 “우수한 법조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했을 뿐이다(제1조).

6월 24일부터 ‘변호사시험 모의시험’이 실시된다. 기말시험을 본 직후, 기말시험과 지난 학기의 배움을 성찰하기는커녕 바로 이어서 모의시험을 치러야 하는 3학년 학생들의 형편이 안타깝다. 이미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 취득을 위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고 필요한 학점을 모두 취득했음에도 오직 ‘변호사시험 모의시험’에 일정한 성과를 얻지 못해서 졸업을 못한 수료생 중에서도, 이번 ‘변호사시험 모의시험’에 응시하려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의 형편이 특히 안쓰럽다. 어쩌면 이제 변호사자격 취득을 단념하고 박사과정에 진학하거나 변호사 아닌 법률 사무에 종사자를 희망하며, 법학전문대학원 석사학위 취득을 원하는 자가 있을 수도 있다. 변호사가 아닌 우수한 법률 사무 종사자(“우수한 법조인”)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도, 법학전문대학원은 진지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출처: [로스쿨에서] 변호사 자격취득과 법학전문대학원 교육 < 자유기고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로스쿨타임즈 (lawschoo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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