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국, 영화로 가다 (지난 백 년간의 중국인의 삶과 역사) 　 후지이 쇼조 지음 | 김양수 옮김 | 지호

경향신문	현대중국, 영화로 가다	노만수 기자	2001.05.26
중국영화의 황금시대는 1930년대 상하이였다. 1931∼32년 만주·상하이 사변으로 인해 중산층·학생층은 항일민족주의에 고무된다. 여성들은 경제자립·자유연애로 '중세를 넘어 근대'를 꿈꾼다. 영화도 할리우드 영화나 비현실적인 애정 멜로가 아니라 다양한 영상을 선보인다. 하지만 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지자 공산당은 상하이 영화계를 자유파란 빌미로 탄압한다. 56년 연안문예운동 강화(百家爭鳴 百花齊放)정책으로 자유화가 선언되기도 하지만 이듬해 다시 공산당은 태도를 바꿔 반우파투쟁을 벌인다. 이로 인해 문화혁명이 끝난 75년까지 마오쩌둥 찬미·혁명모범극·공산당 선전영화 등이 풍미한다. '마오쩌둥 영화문법 파괴'는 '홍위병 세대'(5세대) 감독들에 의해 80년대 중반에 이루어진다. 마오쩌둥 영화논리를 지탱하던 '기둥' 홍위병들이 역으로 그것을 엎어버리는 지렛대가 된 셈이다. 역사적 아이러니다. 후지이 쇼조 도쿄대 문학부 교수의 <현대중국, 영화로 가다>는 역사와 영화의 경계를 넘나든다. '지난 백년간의 중국인의 삶과 역사'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영화를 통해 중국현대사를 조망한다.

중앙일보	현대 중국,영화로 가다	유광종 기자	2001.05.26
『현대 중국,영화로 가다』는 중국의 영화와 역사 속 인간의 삶이 마주치는 현장에 눈을 맞춘 책이다.정보량과 읽을거리로 손색이 없는 이 책의 텍스트로 사용한 영화는 관진펑(關錦鵬) 감독의 ‘롼링위’,허우샤오셴(侯孝賢) 감독의 ‘비정성시’를 비롯해 우리에게 아주 익숙해진 천카이거(陳凱歌) 의 ‘패왕별희’,장이머우(張藝謀) 의 ‘붉은 수수밭’ 등 비교적 국내에도 익숙한 작품들이다. 분석의 대상으로 오른 이들 작품들은 한결같이 현대 중국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작들이다.작가는 이들 영화 속에 내재해 있는 사회성과 역사성을 좇아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난 세기 도도했던 제국주의의 흐름에서 중국인이 걸어야 했던 복잡다기했던 상황이 저자의 세련된 지식에 힘입어 조용하면서도 밀도 높게 복원된다. 책은 1930년대의 국제적 도시였던 상하이(上海) 의 전설적인 여배우 롼링위에서 시작해 식민지 시대를 청산하고 중국의 품으로 돌아간 홍콩 영화에서 이야기를 맺는다.사회주의 열풍이 휩쓸고간 대륙의 상황,국민당 정권에 의해 처절하게 희생당해야 했던 대만인,식민지적 상황에서 탈출구를 찾아 움직인 홍콩사람들의 상황이 골고루 그려진다. 책이 지니는 강점은 중국 근·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현재 일본 도쿄대 문학부 교수로 있는 저자의 중국에 대한 수준 높은 인식이다.각 영화의 원전에 해당하는 소설들에 대해 저자가 유지하고 있는 높은 이해력이 영화 스토리의 이곳저곳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독자들을 이끈다. 마오쩌둥(毛澤東) 식의 거친 사회주의 폭풍에서 해체의 운명에 올라서야 했던 중국 가정의 비극을 담은 ‘푸른 연’(톈좡좡 감독) 을 다루면서 저자는 영화 속의 동요 한마디를 소개한다.‘늙어서 날 수 없는 까마귀는 아들 옆에서 울고 있다. …아들은 날마다 먹이를 구해 맨 먼저 엄마에게 먹인다.자기는 먹지 않고 참는다.옛날에 받아 먹었으니까.’저자는 이렇게 영화 자체가 가져다 주는 ‘울림’도 책에서 소개한다.책을 읽는 재미를 한껏 높인다는 의도다. 중국 북부에서 공연되는 경극(京劇) 과 남부의 월극(越劇) 이 어느 영화에서 뒤바뀌어 나오는 점,마오쩌둥 흉상이 소품으로 잘못 다뤄지고 있는 점 등을 지적한 대목은 저자의 관찰력과 지식을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불만도 있을 수 있겠다.영화와 역사,중국인의 삶을 함께 다루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정밀하게 파고 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점 때문이다. 특히 대만영화 ‘음식남녀’(리안 감독) 를 다루면서 스토리가 지니는 의미보다는 영화 속 소재에 불과한 중국요리를 한껏 부풀려 이야기하는 대목은 눈에 거슬린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시대별 큰 주제를 별도 항목으로 풀어 설명하고 원전 소설과 영화 스토리를 넘나들며 현대 중국인의 삶을 충실히 그려냄으로써 책 읽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세계일보	현대 중국, 영화로 가다	김신성 기자	2001.05.25
'중국영화로 중국인을 본다.' 파란만장한 현대사의 세월을 겪어온 중국인의 삶을 23편의 중국영화를 통해 살펴본 '현대중국, 영화로 가다'(지호. 김양수 옮김)가 출간됐다. 지은이 후지이 쇼조(도쿄대학 문학부 교수. 중국문학 전공)는 최근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영화를 화두로 지난 100년간 고단했던 중국인들의 삶과 역사를 감성적인 눈길로 전달하고 있다. 일본과의 두차례 전쟁, 국공내전,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과 문화대혁명, 반우파투쟁을 거쳐 개혁-개방정책으로 이어진 현대 중국의 격동기와 그 속에서 '힘의 부침'을 거듭해온 개인들의 삶 등을 상하이, 베이징, 대만, 홍콩을 중심으로 조명했다. 그런데 왜 영화를 통해 중국을 들여다 보는 걸까. 중국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에서의 경우와는 그 의미가 다르다. 영화는 중국의 주요 국책사업이자 사회주의 이념의 선전도구였다. 따라서 최고 권력자가 영화의 총감독 역할을 맡는 게 낯선 일이 아니었고, 중국영화 속에는 현대사의 파고를 넘으며 살아온 중국인들의 삶이 곳곳에 스며들었다. 영화는 중국인들의 역사를 기억하는 하나의 방식이며 그들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대만인들이 일본인보다 동족인 내성(본토) 사람들을 더 미워하는 것이나, 루쉰이 상하이에서 택시를 대절하여 영화를 보러가는 영화 속 장면들은 '격동과 변화의 세월'을 살아온 그들을 더욱 잘 이해하고 살갑게 느끼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