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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7월23일 중국 상하이. 단 13명의 공산당 대표가 제1차 중국공산당대회를 연다. 한줌도 안되는 이들은
미국의 지원을 받은 막강 국민당 정부의 무자비한 공격을 견뎌내며 28년 뒤 천하를 통일한다. 54년이 흐른 지금, 공산주의의 원조 소련은 이미
망하고 없지만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의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13억 인구를 먹여살리고 있다. 이미 많은 이들은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를 호령할
국가로 중국을 꼽고 있다.
최근의 ‘유인우주선 발사’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중국의 잠재력에 전율을 느꼈을 터.
이 곡절많고 때로는 신비롭기까지 한 중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이끈 이가 바로 마오쩌둥이다. 그를 읽고 연구하지 않고는 오늘날의 중국과 내일의
중국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중국사학자인 저자가 쓴 이 책엔 독자들을 흥분시킬 만한(에드거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 같은)
영웅담은 없다. 그러나 저자는 마오쩌둥의 일기와 메모, 편지, 그리고 그가 남긴 여러 편의 시를 중심으로 마오쩌둥의 인간사와 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현대중국사를 너무도 담담하게 담아냈다.
한마디로, 마오쩌둥에게 백성은 가르쳐야 할 대상이었던 동시에 배워야 할 존재였다.
소년 마오가 존경했던 이는 2,500년전 진나라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상앙. 상앙은 법가사상을 바탕으로 냉혹한 법으로 백성들을 다그쳤다.
진나라는 그의 부국강병책으로 급기야 천하를 통일했다. 하지만 상앙은 후대 역사가들로부터 “잔인하고 무자비한 인물”로 폄훼됐다. 그런데
1912년(18세) 마오쩌둥은 “상앙의 법은 좋았다”며 도전장을 내민다. 마오는 “현재 중국백성들의 무지몽매함은 민족 전체의 수치스런
비밀”이라고 한탄한다. 중국 백성을 가차없이 비판한 것이다. 이같은 생각이 훗날 자신만이 중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전지전능의 개인숭배를
낳지 않았을까.
하지만 마오쩌둥은 혁명의 과정에서는 절대 백성들을 무시하지 않는 이중성을 보인다.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으니, 물은 배를 싣기도 하지만 배를 뒤엎기도 한다”는 순자(荀子)의 말을 되새겼을까. 순전히 독학으로 마르크스주의를 배운 그는 “지식인들은
프롤레타리아트와 대중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들(백성)과 완전히 동화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극적인 대장정(大長征) 기간동안 백성들과 함께
고락을 함께했으며 그 덕에 중국을 통일한다.
그러나 1943년부터 시작된 개인숭배의 기운은 통일 후 비극적인 대약진 운동과 대륙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문화대혁명으로 절정에 이른다. 마오쩌둥은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되었다. 대약진 운동의 실패로 백성들이 기아선상을 헤매고
있었으나(60~61년 사이 기근까지 겹쳐 2천만명이 굶어죽었다)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했다. 마오쩌둥 자신만이 백성을 구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이렇게 비극을 낳고 만 것이다. 잇단 실정으로 궁지에 몰린 마오쩌둥은 다시 백성의 품에 안겨 반격을 꾀한다. 바로 문화대혁명이었다. “모든
지혜는 대중에서 나온다”. 주석의 교시에 열광한 수백만의 홍위병들이 마오 주석의 정적들, 곧 주자파(走資派)들을 쓸어낸 것이다. 65~76년
사이 중국은 그야말로 암흑기였다.
마오쩌둥. 에드거 스노가 씌워놓았던 신화는 이제 말많은 중국연구가들에 의해 낱낱이 벗겨지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19세기말 종이호랑이 처지였던 중국은 그의 치하에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자존심 넘치는 강국으로 변모했다는
점이다. ‘백성’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때로는 공복(公僕)으로, 때로는 황제로 살았던 마오쩌둥. 그의 뒤를 이어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주창하며 중국을 이끈 덩샤오핑을 보면 자본주의·공산주의·유교전통이 얽혀있는, 좀처럼 그 속살을 보이지 않는 오늘날의
중국을 단편적이나마 읽을 수 있지 않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