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비평문

 

 

무서운 나라, 중국

 

2001년 6월 4일  언어학과  199903329  하 서 영

 

어느 누구에게나 각자 가고 싶은 나라가 있을 것이다. 프랑스, 영국, 미국 등등.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게도 항상 꿈꿔왔던 가고 싶은 곳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중국이란 나라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곳. 하지만 중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가깝지만 너무나 먼 당신'같은 존재가 아닐까. 지난 반세기동안은 더더구나 말이다.

92년 중국과의 정식 수교 이후 중국 관광 붐이 불어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으로 여행을 다녀왔거나 또는 준비 중이다. 주위의 친구들 중에서도 몇 몇이 중국을 다녀왔고 그 중에서는 아예 중국에 유학을 간 친구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중국이었는데 말이다. 결심하고 비자받고 준비하고, 모든 것을 초스피드로 끝낸 뒤 지난 겨울 방학 12월 18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약 3주 정도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마침내...

북경에 도착할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구름 밑으로 드디어 지상 세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풍경이 어찌나 낯설던지. 지금까지 여행을 어느 정도 다녀봤지만 그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모든 것이 황토색이었다. 사람도 차도 보이질 않았다. 때때로 한 두 대의 고물차가 지나가는 것이 눈에 뜨일 뿐, '아직 중국은 선진국이 아니지'라는 뭐랄까, 일종의 선입견같은 무시하는 듯한 생각이 순간 들었다.

공항에 내려서도 그 느낌은 계속 남아있었다. 사람들로 북적거려야 할 공항이 조용했다. 도착 시간이 아침 6~7시였냐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때는 바야흐로 점심때였다. 관광객을 너무 많이 봐서 관광객에겐 눈길도 안 줄 것 같이 생각되던 청소하던 직원은 비행기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신기한 듯이 쳐다보았다. 마치 관광객을 처음 보는 듯한. 신참이었나? 순간 나를 스쳐 지나가는 공항 직원 한 사람. 여느 중국인과는 판이하게 다른 생김새. 큰 키, 오똑한 코, 깊게 패인 눈. 위구르인이었다. 비로소 내가 중국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북경. 한 때 Peking이라고 불리던 곳으로써 중국의 수도이다. 그 중에서 자금성, 천안문, 이화원 등등 가보고 싶은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 중에서 자금성과 천안문이 비교적 중심가에 있기에 이 곳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자금성. 중국답게 모든 것이 큼직큼직했다. 천안문광장 또한 널찍했다. 대로도 어찌나 넓던지. 우리 나라의 여느 도로와는 비교가 되질 않았다. 천안문 광장을 메우고 있는 중국 군인들. 새록새록 중국에 온 사실이 실감되었다.

중국의 압구정이라고 불리는 왕푸징은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었다. 주위에 줄지어 있는 고급 호텔들. 슬쩍 들어가서 가격을 물어보니 하루 객실료가 미화로 100불이 넘었다. 왕푸징 대로를 양 옆으로 메우고 있는 큰 건물들. 사회주의 특유의 건물 스타일 냄새가 물씬 배어났지만 그 크기만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안에 들어가니 그 당시 부산에는 없던 스타벅스 커피전문점까지 있었다.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그 곳에 가는 중국인들은 최상류층 집의 돈 많은 자녀가 대부분이란다. 중국의 부유층 젊은이들의 씀씀이 또한 압구정동 오렌지족을 능가했음 했지 덜하지는 않는다니 어딜 가나 부자들은 다 이런 걸까. 중국도 점점 자본주의의 물결을 타고 있다는 뜻이겠지.

북경의 대표적 명소들을 본 후 그 옛날, 찬란한 당나라 문화를 꽃피웠던 장안, 지금의 서안으로 향했다. 진시황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 서안.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호객꾼들이 우리를 맞았다. 특유의 시끄러운 샬라샬라로 자기들 호텔로 끌어 들이려 온갖 노력을 해댔다. 내가 중국인같이 생겼나? 처음부터 중국말로 해대는 것이 웬지 기분 나빴다. 영어로 대답하니 그 중에서 영어를 구사하는 몇몇이 금세 우루루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여기도 영어 열풍이 지나갔는가 보다. 북경에서 버스를 탔을 때 영어책을 가슴속에 꼭 품고 있던 한 여자가 생각났다.

그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라 타워벨이 있는 중심가로 나갔더니 이게 웬일인가. 그렇게 많은 사람을 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백화점 세일이나 남포동에서 보던 그런 인파가 아니었다. 한 발자국도 뗄 수 없는 상황. 사람 앞에 사람 있고 사람 뒤에 사람 있었다. 그 곳에서도 중국에 불고 있는 영어 열풍을 직접 체험했다. 지나가던 우리에게 다가와 자기들을 대학생이라 소개하며 영어로 이것저것을 물어댔다. 여행객들을 상대로 영어회화 연습을 하는 사람들 같았다.

기차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낸 건 처음이었다. 서안을 떠나 옛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가 있었던 중경까지, 장장 하루가 넘게 걸렸다. 중경 또한 속도가 상당했다. 중국의 서부내륙지방 개발사업의 거점도시다웠다. 중경은 최근 몇 년 전에 북경, 천진, 상해에 이어 중국에서 네 번째로 직할시가 되면서 갈수록 그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중이다. 곳곳에 현대식 초고층 빌딩이 숲을 이뤘다. 중심가에는 외국 유명 패스트푸드점과 이름 있는 호텔들의 불빛이 밤길을 밝혔다. 그랬다. 사람들은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고 까르푸에서 장을 본 뒤 자가용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외제차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하나도 놀랍지 않은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의 자취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경을 갔던 이유는 그 곳에서 우한까지 2박 3일로 양쯔강 크루즈를 하기 위해서였다. 양쯔강의 아름다운 삼협이 2008년 댐 완공으로 물에 잠기기 전에 그 곳을 봐두고 싶었다. 댐이 완공되면 볼래야 볼 수가 없을테니까. 아쉽게도 댐을 지나가던 때는 밤이었다. 물론 주위에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지만 낮에 보는 것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댐 건설 현장을 보기 위해 잠도 자지 않고 바깥에서 오들오들 떨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말 그래도 대역사의 현장이었다. 양쯔강에 댐을 건설한다는 발상 자체를 한 사실이 놀라웠다. 한다면 한다는 중국다웠다. 입을 다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순간 중국이란 나라가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모르던 사이에 중국은 벌써 이만큼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중국을 후진국이라고 생각하지만 중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7위이다. 국내총생산은 이미 지난해에 1조 달러를 넘어섰다. TV,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전통적으로 우리 나라가 수출 강세 품목으로 내세우던 분야에서도 이미 오래 전에 중국에게 그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이런 속도로 경제 발전을 계속 한다면 과연 우리 나라는 어찌 될까 싶었다. 갈수록 중국은 기술.가격면에서 우리를 앞지르고 있으니 말이다.

양쯔강에서의 감동을 뒤로 한 채 소주, 항주에 들렀다가 상해로 향했다.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성이 절강성이라고 하더니 과연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옷 차림도 다른 여느 곳과 달랐다. 사람들의 얼굴엔 생기가 가득했고 항상 바쁘게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소주와 항주 기차역에는 가까운 상해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 또한 많았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개발도상국가는 다 그렇겠지만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아름다운 자연이 파괴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소주와 항주는 중국 내에서도 중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관광 명소이다. '하늘 위에 천국 있고 하늘 아래 소주.항주가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특히나 항주의 서호는 그 절경이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 명성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웠다. 그래서 요즘은 더러워진 소주와 항주 대신 근처의 주강이란 곳으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환경보호와 개발은 영원히 같이 양립할 수 없는가?

중국의 대표적 도시 상해. 중국에서 가장 현대적인 이 도시는 영국풍 옛 건물과 현대식 초고층 빌딩숲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었다. 푸동지구를 가득 메운 마천루들. 임대료가 비쌈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들의 매도로 남아도는 사무실은 없다고 한다. 그 곳의 사람들은 부유했다. 밤이면 쇼핑을 하려는 사람들로 남경동로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 가격이 비싼 외국산 초콜렛들도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곳곳에서 암달러상들이 눈에 뜨였다. 그만큼 외국인이 많다는 뜻이겠지. 상해는 그야말로 활기가 넘치는 도시였다. 자본주의의 혜택을 받은 중국인들에겐 그 곳이 천국이었다. 하지만 문제점도 있었다. 중국에서 제일 좋다는 '제1백화점'에 들어갔더니 아직도 인테리어나 진열 상품들은 조잡했다. 하지만 이 백화점이 롯데 백화점을 따라잡을 날도 금방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 중국 여행은 정말 소중한 체험이었다. 그동안 배웠던 지식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었다. 중국은 분명히 발전하고 있었다. 자본주의 체제 도입 후 뒤따르는 부작용도 심각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무서운 나라 중국, 조만간 관광에서도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하지 이 나라를 도와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우리 나라 사람들의 중국 관광 횟수가 점점 늘고 있다 하니 말이다. 그 넓은 땅덩어리를 한 번에 보는 일이 쉬운 노릇이 아니지 않은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발전이 두렵기만 한 난 영원한 애국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