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비평문

 

 

영화에 녹아있는 중국의 모습

 

2005년 5월 4일  중어중문학과  200501163  이 진 수   이진수

 

<我的父亲母亲>과 <活着>이라는 두 편의 영화를 통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근대 중국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각각의 영화를 보고 서민층의 삶을 짧게나마 어느 정도 엿 볼 수 있었고, 중국의 사상이나 문화 등에 대해서도 일부 알 수 있었다.

두 편의 영화에는 중국인들의 특정 관습이 공통적으로 녹아들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중국인이 빨간 색을 좋아하는 것이다. 나는 사전에 중국인이 빨간 색을 좋아한다는 것을 듣긴 했었지만, 영화를 보고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디’는 학교의 천장에다가 맬 빨간 천을 직접 짠다. 학교에서는 항상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디의 바람일 것이다. 인생에서도 빨간 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사위인 二喜가 福贵의 집 담장에다 毛泽东의 초상화를 그릴 때에도 빨간 색이 주로 쓰임을 볼 수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디’는 옷도 빨간 색을 즐겨 입었고(비록 영화속 아버지가 어울린다고 해서 이긴 하지만 말이다.) 인생에서도 팔의 완장을 찰 때에는 빨간 색을 주로 사용함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빨간색을 즐기고 좋아하는 문화는 중국의 국기에서부터 집안의 작은 물건 하나에 까지 곳곳에 녹아있는 듯 했다.
그 다음으로 시대적 배경과 관련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혁명을 외치고, 그 혁명에 응하지 않는 자는 반동분자로 낙인 찍혀 사형을 당하거나 직업을 박탈당하던 시대였다. 당에 집을 넘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살된 龙二, 반혁명적 행동을 보여 직업을 박탈당한 산부인과 의사 등 당은 혁명을 앞세워 국민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로 인해 凤霞는 손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과다출혈로 세상을 뜨고 만다. 이는 과도한 반동분자의 축출의 폐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에 福贵를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은 정작 공산주의의 의미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듯 보였다. 그저 공산주의 국가의 인민이 되면 배터지게 먹을 수 있게 된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듯 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그에 국민들은 응해서 집안의 모든 쇠붙이를 내놓고, 열심히 노동하는 전형적인 상명하복의 관계를 보여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毛泽东을 열렬히 떠받들고 찬가를 부르는 등 영화의 곳곳에서 그의 존재성이 부각되어 있었다. 그들의 과연 진정으로, 진심으로 모주석을 지지했는가는 의문스럽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毛泽东의 사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이지 결코 모두가 그를 진심으로 떠받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有庆의 죽음 역시 그 근원을 대약진 사상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두 영화모두 오래된 것 즉, 전통과 새로운 것이 서로 배치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我的父亲母亲>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들은 아버지의 시신을 자동차로 운반하자고 하지만 어머니는 그럴 수 없다며 사람을 구해서라도 아버지의 시신은 추억이 담긴 길을 걸으며 운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들은 아버지의 수의를 하나 사서 입히자고 하지만 어머니는 고장 나고 낡은 베틀을 고쳐서라도 남편의 수의를 자기 손으로 만들어 입히겠다고 한다. 아들을 도시의 문명을 흡수한 근대의 지식인이라 한다면 어머니는 아직 구시대적 관습을 지닌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도 근대에 새로운 문물이나 문명을 접하게 되면서 도시와 농촌간의 생활 습관이나 풍토, 사고방식 등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보게 되었다. <活着>에서는 전통이라 할 만한 것들이나, 오래된 것은 모두 반동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빼앗기고 불태워지고 만다. 福贵 역시 아들 有庆이를 떠올릴 수 있는 매개체인 그림자극 도구들을 별다른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불살라 버리고 만다. 지도자의 명에 불복하는 것은 곧 반동으로 몰리기 때문이었다. 이상 두 영화에서 다룬 옛것과 새것의 배치되는 관계는 어느 정도 차이는 있으나, 모두 중국이 근대화 되는 과정에서 일어날 만한 일이라 생각된다. 어쩌면 아직까지도 일부지역에 이런 모습이 남아있을런지도 모르겠다고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중국인의 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눈길이 가게 되었다. 인생에서 二喜와 결혼한 凤霞가 남편인 二喜와 함께 떨어져 나가 사는 것을 보고 좀 의아한 생각도 들었다. 二喜는 부모님께서 돌아가셨음에도 불구하고 왜 장인을 모시고 살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같은 유교권 국가인데도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혁명사상이 그랬던것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반면에 <我的父亲母亲>에서는 한 평생 한 남자만을 바라보는 유교의 전형적 여자(배우자)상을 보는 듯 했다. 그리고 중국에도 정의 문화가 발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我的父亲母亲>에서 무보수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들판을 걸어오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活着>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위인 二喜가 장인인 福贵의 집을 지어줄 때, 공장의 동지들이 다 함께 와서 일하던 그 모습은, 공산주의 국가라서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친구의 우정을 위해 지어준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그리고 전쟁이 났을 때도 포로가 되면 여비까지 주면서 고향으로 되돌려 보내주는 모습이 참 기억에 남았다. 한 나라의 국민들끼리 총부리를 겨눈다는 자체가 나쁘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영화 초반부에서 보여주었던 도박판 장면역시 그 당시 중국인들의 모습을 잘 대변해 준 것 같다. 도박으로 한탕을 노리는 한탕주의와 빚으로 인해 가산을 모두 탕진해 버리는 등 실제 도박으로 집을 잃거나 도박으로 한탕에 성공해 집을 얻는 경우가 많았으리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 도박만 아니었다면 福贵의 인생도 그렇게 기구하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나중에 집을 당에 준다는 전제하에) 정부에서도 특별한 단속이 없었던 듯한 도박, 어쩌면 이 도박이란 것이 중국인의 국민성 일부분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생이란 영화에서 중국의 근․현대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 중국인들의 문화에 관심이 더 생긴 것 같아 좋기도 하다. 또한 자본주의의 물결을 타기전의 중국 모습을 나름대로 사실감 있게 본 것 같아 더욱 마음에 든다. <我的父亲母亲>에서도 중국인들의 삶의 방식이라든지 그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불 수 있어서 좋았던 듯싶다. 두 작품을 접해서 중국의 경제발전 과정, 중국인들의 문화, 사상, 공산주의 정착과정 등을 조금이나마 알게 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중국에 대해 더 학습하고 같은 공산국가인 북한과는 또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