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비평문

 

 

중국, 감추어왔던 비밀을 보여주다

 

2006년 4월 30일  중어중문학과  200601153  서 이 주  SeoYiJu

 

근대의 중국과 현대의 중국. 현재 가장 거세게 급변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화려한 진보의 모습 속에 숨겨져 있는 어두운 중국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엄청난 빈부격차를 비롯, 사회 곳곳의 불평등까지. 하지만 분명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한 사람들은 이러한 중국의 어두움을 예상하지도, 바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신중국을 건설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宋家皇朝》, 현대 중국 사람들의 어두운 단면 중 가난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十七岁的单车》를 보면서 중국의 이상과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두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바로 두 세력들 간의 갈등문제였다. 《宋家皇朝》에서는 영화 전반에 걸쳐서 국민당과 공산당 사이의 이념과 가치관의 갈등에 대해 보여준다. 1911년 청조에 대한 반란인 辛亥革命이 일어나고, 1912년 1월에 공화정 체제의 중화민국이 수립되었다. 이 혁명을 주도한  孙文의 사상을 숭배하는 송씨 집안의 둘째딸이자  孙文의 부인인 庆龄과, 모든 사상은 공유될 수 있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孙文의 유지를 거스르고 국민당 내부의 공산당을 모두 제거하려고 했던 蒋介石의 갈등은 우애가 좋던 세 자매의 관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두세력의 관계는 西安事變이라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宋美龄과 宋庆龄의 일시적인 화해로 국민당과 공산당, 이 두 세력이 합작하여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을 저지하기 위한 국공합작을 이루어내긴 했지만, 결국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세 자매가 결국 홍콩, 중국, 대만이라는 서로 상반된 길을 걷게 하고 만다. 우리 민족의 분단이라는 비극이 바로 이데올로기의 차이 때문이었던 것 처럼, 송씨 집안의 세 자매도 이데올로기 때문에 비극적으로 헤어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宋家皇朝》에서 나타난 갈등이 바로 이데올로기에 따른 공산당과 국민당의 갈등이었다면, 반면에 《十七岁的单车》에서 보이는 갈등은 바로 농민 노동자와 도시인의 갈등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郭伟는 시골에서 돈을 벌기 위해 北京으로 온 농민 노동자이다. 그리고 자전거때문에 영화 내내 郭伟와 부딫쳐야만 했던 吉安은 평범한 도시 소년이다. 이 둘이 갈등을 겪게 되는 매개체인 자전거에 대해 두 사람이 지니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郭伟에게 있어 자전거는 도시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택배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해서 자전거 비용만 갚고 나면 郭伟는 곧 성공할 수 있다. 반면, 吉安에게 있어서의 자전거의 의미는 단지 놀이기구이며 자기 과시용이다. 멋진 자전거를 통해 여자친구에게 당당해질 자격이 생기고, 친구들에게도 떳떳이 행동할 수 있다. 이러한 吉安의 행동은 단순히 吉安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도시민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생계 유지를 위해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아가야 하는 단계는 지났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정신적인 오락과 자존심과 남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허영심이다. 하지만 郭伟로 대표되는 농민 노동자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 郭伟와 슈퍼 주인이 조그마한 틈으로 도시 여성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도시로 올라온 시골 사람들이 언젠가는 자신들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욕망을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골 사람들의 소망은 도시 사람들에 의해 무참이 짓밟혀버린다. 분명히 자전거 값을 모두 갚은 날이 되었지만 하루가 더 남았다며 郭伟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택배회사 직원이나, 단지 맡은 일을 하기 위해 의뢰인을 찾아간 郭伟를 무턱대고 목욕을 시켜놓고서는 다짜고짜 목욕비를 내라고 말하는 목욕탕 직원들은 "시골 출신이라면 무조건 가지고 놀려고만 한다." 라는 영화의 대사처럼 도시인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마는 농민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결국 자전거를 통해서 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기려고 한 郭伟의 꿈은, 영화 후반부에 자전거가 무참히 망가지면서 함께 좌절되고 만다. 비록 郭伟와 吉安이 서로 자전거를 바꿔타면서 통성명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는 앞으로 도시민과 농민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이 해결되어 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다.

이 두 영화에는 대표되는 이러한 큰 갈등 말고도 상반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청조 시대에는 여자의 발을 꽁꽁 묶어두는 '전족'이라는 악습이 존재했다. 《宋家皇朝》를 보면 宋庆龄이 孙文과의 결혼을 위해 집을 도망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때, 도망치는 宋庆龄을 붙잡기 위해 하녀가 달려나오는데, 그녀의 발은 전족이어서 제대로 뛸 수 없었다. 송씨 집안의 세 자매는 어릴적 아버지 덕분에 미국으로 유학까지 다녀올 수 있어서 신여성의 모습으로 중국 근대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들로 성장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여성들은 억압받고 부자유스러운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보며 여성들의 지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대 중국에서도 인구억제정책의 일환으로 한 가정당 한 아이만을 출산하도록 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골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탄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여아살해라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남아선호사상이 강하게 남아있어서 여자아이는 필요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여자 아이의 수가 엄청나다고 한다. 중국이 선진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특히 여성의 지위가 높아져야 할 것이다.

또한 빈부의 격차를 확연히 살펴볼 수 있었다. 호화스러운 저택에 살고 있는 송씨 집안 사람들과는 달리,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변발을 자르는 중국인들의 모습은 그 시대의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빈부의 격차를 줄이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원했던 사람이 바로  孙文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다 신발을 신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신발을 못 신는 아이들은 이제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孙文이 원한 세상은 아직 찾아오지 않은 것 같다. 도시인과 농촌 노동자의 경제력도 엄청난 차이를 보이지만, 《十七岁的单车》에서는 확연하게 중국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빈부격차를 느낄 수 있었다. 급격한 경제발전 속에서 '선부론', '흑묘백묘론' 등이 남긴 큰 과제가 바로 극심한 빈부격차의 해소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쪽에서는 기어가 달린 산악자전거를 사기 위해 아버지의 돈을 훔치고, 다른 한 쪽에서는 고층 빌딩에서 근무하며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모습은 중국이 지닌 문제점을 잘 드러내 준 것이라고 본다.

이 두 영화는 각각 중국의 역사와 사회를 다룬 것이라서 중국과 중국인의 문화에 대해서는 잘 살펴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영화 간간히 중국 문화를 조금이나마 찾아볼 수 있었다. 먼저 중국인들은 체면을 매우 중요시 여기는 듯 했다. 자신의 친구와 결혼을 하겠다는 딸을 향해 자신이 무슨 웃음거리가 되냐며 결코 반대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던 宋如耀의 모습과, 郭伟의 실수로 인해 회사와 자신의 이미지가 실추될까봐 하루 종일 사과의 전화를 하며 郭伟를 회사에서 잘라버린 택배회사 사장, 자전거를 잃어버렸을 때는 잔뜩 주눅이 들어있다가, 郭伟로부터 자전거를 되찾은 후, 다시 자신감을 되찾고는 친구들과 같은 반 여자 친구에게 당당하게 행동하는 吉安의 모습까지. 조금씩 다른 의미를 지닐 수도 있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중국인들은 체면을 중요시 여긴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두번째로는 아직까지 중국에는 전통문화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 나라에는 더이상 한옥집이나 초가집들이 도시 한복판에 버젓이 남아있지도, 더군다나 사람이 살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중국에는 커다란 빌딩들 사이에 아직도 중국 전통 사옥인 四合院이 남아있고,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이 깊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의 움직임 속에 전통이 남아있는 모습에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보수적인 성향의 중국인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거리 곳곳에 중국 전통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사람들도 보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모습이어서 그런지 참으로 인상에 남았다.

마지막으로 《十七岁的单车》를 보면서 정말 '자전거 대국' 이라고 중국이 불리는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자전거 주차장이나, 자전거 신호등 등, 우리 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자전거와 관련된 것들이 중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어느 집이든 자전거가 한 대 이상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에게 있어 자전거는 몸의 일부처럼 생각 될 것 같았다. 그것이 비록 생계수단이건, 오락용이건, 중국인들에게 자전거는 매우 중요한 것임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자전거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중국인들의 자전거 사랑은 언제까지 이어질 지 궁금해진다.

실제로 가보지 못한 다른 나라의 모습에 대해서 공부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영화라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해 낸 것이 이번 과제의 가장 큰 성과인 것 같다.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중국의 근, 현대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현대 중국의 사회상을 들여다 볼 수도 있었다. 또한, 실제 중국인들의 생활도 간접접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진보와 전통이 공존하는 중국, 급변하는 사회 속에 일어나는 일들이 점점 흥미를 자아내는 중국, 새로이 눈을 뜨는 용이 되기 위해 고통을 견뎌내고 있는 중국. 예전보다 한 걸음 더 중국을 바라볼 수 있게 되어서 배움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宋家皇朝》, 张婉婷 导演, 杨紫琼 张曼玉 赵文宣 姜文 主演, 嘉禾电影(香港)有限公司, 1995年
    《十七岁的单车》, 王小帅 导演, 崔林 李滨 周迅 高圆圆 主演,  北京电影制片厂, 2000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