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문학에 관한 몇 가지 (PPT)

 

중국어문학에 관한 몇 가지

 

 

2006. 4. 수정    김   혜  준

 

우리는 오랜 세월 중국어 어휘를 받아들이는 한편 그 문자인 한자를 빌어서 문자생활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우리말 어휘의 상당수가 중국어에서 왔고, 그러한 낱말 중 대다수는 지금도 직접 한자로 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어휘들이 중국어의 의미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장애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중국어의 中學生은 중학생이 아니라 중등학생을 의미하며, 중국어의 高等學校는 고등교육학교 즉 대학교를 뜻하고, 중국어의 學院은 학원이 아니라 단과대학을 말하는 것이 그렇다. 중국어문학에 관한 수많은 용어들도 마찬가지다. 이 점을 고려하여 이 글에서는 한자로 쓴 것은 모두 중국어라고 간주한다.

 

1. 중국어의 특징, 용어, 문자

 

1-1 중국어의 특징

 

1-1-1 고립어적 성격

중국어는 고립어적 성격을 가진 漢藏語系(Sino-Tibetan Family)에 속한다. 고립어란 각 낱말이 하나의 완전한 개념을 포함하는 언어를 말하는 것으로, 여러 낱말이 모여 구나 문장을 구성하며 그 낱말의 위치에 의해 품사가 결정된다. 곧 중국어의 어법 관계는 낱말의 순서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예문을 비교해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我愛他 I love him.

他愛我 He loves me.

 

1-1-2 단음절어적 성격

중국어는 한 글자가 하나의 음절로 발음된다. 또 대부분의 낱말은 단음절어를 어간으로 하여, 단음절어를 중복하거나 단음절어에 접미사 접두사 등의 부가 성분을 첨가하여 이루어진 낱말이 주종을 이룬다. 즉, 葡萄 pútáo와 같이 葡와 萄로 각각 떼어 놓아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다음절어는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은 大學나 石頭 처럼 되어 있다. 따라서 중국어는, 현재 다음절어가 많기는 하지만, 그 성격 면으로 보자면 단음절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1-1-3 성조에 따른 의미 구분

성조란 어음의 높낮이 변화를 말하는데, 중국어의 음절에는 모두 일정한 성조가 있다. 중국어에서는 성조가 의미 구분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중국어의 음절은 모두 410개로 이 정도의 음절로는 동음이의어가 많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각각의 음절에 성조가 부가되면 구분할 수 있는 음이 급격히 늘어나므로 의미를 구분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Wo wèn ni(我問你)와 Wo wén ni(我吻你)는 전혀 다른 뜻이 되는 것이다.

 

1-1-4 모음의 우세

중국어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자음과 하나의 모음이 하나의 음절을 구성하며, 끝에 자음이 첨가되어 하나의 모음과 두 개의 자음이 하나의 음절을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때 모음 뒤의 자음은 실제로는 반자음이므로 중국어에서 하나의 음절에는 두 개 이상의 자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반면에 모음은 최대 세 개까지 연이어 쓸 수 있다.

 

1-2 중국어에 관한 용어

 

1-2-1 中國語, 中文, 華語

중국어를 뜻하는 중국어 낱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아마도 中國語일 것이다. 그런데 이 낱말이 꼭 우리가 흔히 우스개로 말하는 "쏼라쏼라" 식의 중국어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中國語(中國話)라는 말을 곧이 곧대로 풀어본다면 2001년 현재 56개 민족의 약 12억 7천 6백만 중국인이 사용하는 중국의 모든 언어를 뜻한다.1) 따라서 우리의 중국 동포인 이른바 朝鮮族의 모어인 한국어(朝鮮語) 역시 중국어 속에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中國語(中國話)라는 말은 통용적으로 漢族의 언어인 漢語만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서 中國語(中國話)라는 말은 한족 이외의 소수민족까지 포함한 중국의 국민이 사용하는 모든 언어를 가리킬 수도 있고 한족의 언어만을 가리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늘날 중국에서는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가능하면 中國語(中國話)라는 용어 대신에 漢語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중국어라는 의미로 中文이라는 말도 자주 썼다. 中文이라는 말의 본디 뜻은 당연히 중국어의 문장 형태나 중국어로 이루어진 문학이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중국어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으므로 흔히 中文이라는 말로 중국어를 나타내기도 했던 것이다. 예컨대 '니會說中文마?'라는 말을 흔히 사용했는데, 이 역시도 이즘에는 점차 '니會說漢語마?'라는 말을 쓰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가고 있다. 中國語(中國話)나 中文과는 좀 다른 경우지만 중국어인 漢語를 뜻하는 말로 華語라는 것도 있다. 이는 중국인들, 특히 해외 화교들이 자신의 모국어인 중국어를 좀 높여 지칭할 때 사용한다.

 

1-2-2 國語, 普通話, 方言, 官話

우리말과 마찬가지로 중국어에도 표준어가 있고 사투리가 있다. 그런데 중국어의 경우 역사적 정치적 이유로 해서 표준어가 둘이다. 國語와 普通話가 바로 그것이다. 國語는 1918년에 제정된 중화민국의 표준어로, '北京 방언을 구사하는 교육받은 중국인의 일상어'를 모범으로 한다. 普通話는 1955년에 제정된 중화인민공화국의 표준어로, '현대 北京 어음을 표준 어음으로 하고, 북방어를 기본 방언으로 하며, 모범적인 현대 백화문 저작을 어법의 규범으로 삼는 민족의 공통 언어'라는 개념이다. 이 두 표준어는 구체적인 어휘, 발음, 어법 등의 면에서 제법 차이가 있다. 하지만 외국인인 우리나라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는 대동소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方言은 크게 보아 北方語, 吳語(浙江), 湘語(湖南), 공語(江西), 客家語, 민語(福建), 월語(廣東)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지금은 중국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표준어만 구사할 수 있으면 기본적으로 크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그렇기는 하지만 각 지역에서는 아무래도 그 지역 방언 또는 방언의 억양이 섞인 표준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또 더러 교육을 제대로 못받았거나 표준어 공부를 소홀히 하여 표준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 이런 특수한 경우에는 의사 소통이 잘 안되는데, 그 차이는 거의 외국어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라는 말은, 표준어로는 '워 쓰 한구오르언 我是韓國人' 쯤으로 말한다면, 월語로는 '응오 하이 혼꼭얀 吾系韓國人' 쯤으로 말하는 식이다.

중국어의 표준어인 國語나 普通話가 제정되기 전 중국에서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표준어가 없었다. 그렇기는 했지만 비교적 광범위한 지역에서 통용된 공통어는 있었는데 이를 官話라고 한다. 주로 관리나 사대부 또는 여러 지역을 내왕하던 상인들 사이에서 사용되었으므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이와 관련하여 오늘날 영어에서 중국어 표준어라는 의미로 쓰는 'mandarin'이란 말도 'commander'가 사용하는 말이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러한 官話는 北方官話(北方方言), 西南官話(西南方言), 西北官話(西北方言), 下江官話(江淮方言) 등이 있었는데, 대개 官話라고 하면 그 중에서도 北方官話를 지칭한다.

 

1-2-3 白話, 文言

인간의 말과 글은 그 기능의 차이 탓에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늘 날씨가 참 좋다'라는 표현은 말이나 글에서 다 사용되지만, '오늘 날씨가 퍽 좋다'라는 표현은 거의 글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그렇다. 이런 양자를 구분하여 회화체 언어는 口頭語(입말, 구어)라고 하고, 문장체 언어는 書面語(글말, 문어)라고 한다. 이는 어느 나라의 말과 글에도 다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중국어에는 이의 연장 선상에서 생겨난 아주 특유한 그러면서도 중요한 개념이 있다. 白話와 文言이라는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어를 기록하기 위해 발명된 애초의 문자는 한자였고, 이 한자는 뜻글자였다. 그러다보니 근본적으로 문장이 언어의 변화를 따라가기가 극히 어려웠다. 이 때문에 세월이 흐를수록 입말과 글말의 차이가 점점 더 커지게 되다가, 나중에는 말은 말대로 변화해나가고 문장은 문장대로 변화해 나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결국 말이 계속 발전해나가 이루어진 언어 체계와 문장 형태가 조금씩 바뀌어 생긴 언어 체계가 거의 별개의 언어 체계처럼 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3·1 독립선언 당시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국이고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합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이를 글로 쓸 때는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라고 썼던 것보다 훨씬 더 심한 괴리가 생긴 것이다.

이처럼 중국어는 말이 계속 발전해나가면서 이루어진 언어 체계와 문장 형태가 지속적으로 변화하여 이루어진 언어 체계가 분리되는 현상이 생겼는데, 전자를 일컬어 白話라고 하고 후자를 일컬어 文言이라고 부른다. 20세기 초 이전 중국 사회의 통상적인 문장에는 모두 文言이 사용되었다. 그러다 20세기 초 이후부터는 白話로 변경되었다. 그 때문에 보통 文言으로 쓴 문장인 文言文을 古文이라고 하고, 白話로 쓴 문장인 白話文을 現代文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白話와 文言이 분리된 이후 시대에 관계없이 항상 白話와 文言이 동시에 존재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참고로 우리 나라 사람들이 보통 漢文이라고 부르는 것은 文言文(古文)에 해당한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現代漢語와 古代漢語의 구분이 있다. 우리가 평상시 중국어라고 한다면 보통은 오늘날의 중국어를 뜻한다. 그러나 가끔은 오늘날의 중국어와 옛날의 중국어를 구분해서 말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런 경우, 시기별로 좀더 세분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날의 중국어는 現代漢語라고 하고 옛날의 중국어는 古代漢語라고 하는 것이다.

 

1-3 중국어 표기 문자

 

1-3-1 漢字

누구나 알다시피 한자는 중국어의 표기 문자이다.2) 다만 중국어의 표기 문자가 한자만 있는 것도 아니요, 또 한자라고 하더라도 한 종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한자부터 살펴보자.3)

한자의 종류가 여럿이라는 것은 한자가 시대적으로 많은 변천을 보였다는 것만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즉 한자의 초기 형태로는 거북이 등이나 동물 뼈에 새겼던 殷의 甲骨文과 청동기로 만든 종이나 솥에 주조하거나 새겼던 殷周秦漢의 鐘鼎文 등이 있었고, 周 시대의 篆書인 大篆(주文)과 秦 시대의 篆書인 小篆(秦篆) 그리고 篆書가 좀더 간략화된 漢 이후의 隷書가 있었다. 그 후 다시 오늘날까지도 정자라고 여겨지는 자체인 楷書(正楷), 그 외 일종의 필기체라 할 수 있는 草書, 그리고 楷書와 草書의 중간체에 해당하는 行書 따위가 통용되었다. 즉 한자는 시대별로 그 모범 글자꼴이 달랐던 것이고, 따라서 중국어 표기 문자 중의 하나인 한자는 사실상 여러 종류였던 셈이다.

혹시 어쨌든 간에 각 시대별로 모범 글자꼴은 하나 뿐이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설령 그렇다고 간주해보더라도 적어도 현재는 두 개의 자체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다. 통상 簡體字라고 불리우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공식 글자꼴과 통상 繁體字라고 불리우는 중화민국의 공식 글자꼴이 바로 그것이다.

앞서 말한 바 한자의 시대적 변천에서 보다시피, 중국 사람들은 의식적이든 아니든 간에 언제나 좀더 명확하고 간략한 쪽으로 한자를 고쳐나갔다. 그런데 19세기 중반 이후 한자의 획수를 더욱 간략화한 새로운 글자, 즉 簡體字를 쓰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그러면서 오랜 세월 동안 정자로 간주되어 온 楷書는 簡體字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아 좀 번잡하다고 해서 繁體字라고 했다. 簡體字 운동은 처음 민간 차원에서 추진되었다가 중화민국 건국 이후에는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어 漢字省體委員會(1922)를 조직하고 第一批簡體字表(1934)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일 여러 가지 원인으로 해서 중화민국에서는 더 이상 簡體字가 추진되지 않았다. 반면에 중화인민공화국에서는 이러한 노력을 그대로 이어받아서, 각기 第一批異體字整理表(1955)와 第一次漢字簡化方案(1956)을 발표하고 簡體字를 국가의 공식 문자의 하나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중 다시 第二次漢字簡化方案(1977)을 공포하기도 했는데, 다만 이 방안은 문자생활의 혼란과 경제적 부담 등 각종 이유로 인해 아직까지 실제로 적용되고 있지는 않다. 이렇게 본다면 중국어의 표기 문자로서 漢字는 결코 한 종류만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1-3-2 注音符號

중국어의 표기 문자가 한자 하나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과연 어떤 것들이 있는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 중국에서는 간체자운동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어문개혁운동이 일어났다. 그 중 한 가지가 뜻글자인 한자 대신 소리글자로 중국어를 표기하자는 운동이었다. 당시 수많은 방안이 시도되었는데 그러한 노력의 결실 가운데 하나가 바로 注音符號이다. 注音符號는 중화민국이 1913년에 제정, 1918년에 공포한 중국어음의 표기법으로, 고대 한자의 모양을 본따되 현재 통용되고 있는 한자와 혼동을 일으키지 않는 필획을 선택하여 만든 부호로 표기한다. 제정 당시에는 注音字母라 했다가 1930년에 注音符號라는 이름으로 바꾸었으며, 제정 당시에는 모두 40개의 자모였으나 지금은 그중 3개가 제외되어 37개 자모로 되어 있다. 注音符號는 중국어의 발음 통일에 크게 기여했지만, 음소가 아닌 운모도 포함되어 있어서 음소로 분석할 수 있는 漢語병音方案에 비해 그 엄밀성이 뒤떨어진다.

 

注音符號

 

1-3-3 國語羅馬字

1928년 중화민국은 國音字母第一式으로 명명된 注音符號에 이어 다시 國音字母第二式인 國語羅馬字를 공포했다. 이는 注音符號가 독립적 문자로서의 기능이 부족하고 음운학적으로 불합리한 요소가 있음을 감안한 조치로서, 國語羅馬字는 성조의 표기까지 포함하여 모든 것을 일체의 기호없이 로마자만으로 표기하는 방식의 글자이다. 그러나 상당히 치밀하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복잡한 체제가 될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정책 당국의 무관심과 더불어 결국 그 보급에 한계를 드러내었다. 지금은 중화민국에서 간행된 일부 사전에만 사용되고 있는 정도이다.

 

國語羅馬字

 

1-3-4 漢語拼音方案

소리글자로 중국어를 표기하자는 운동의 결실 가운데 또 다른 한 가지는, 중화인민공화국이 1958년에 공포한 漢語拼音方案이다. 이 표기법은 모두 26개의 라틴 자모로 중국어음을 표기한다. 우리 나라 사람은 이를 일종의 발음부호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 보면 이것이 문자임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문장의 첫 글자나 고유명사의 첫 글자는 모두 대문자로 표기하고 있는 것이 그러하다. 이와 같은 漢語拼音方案은 하나의 자모가 하나의 음소를 대표함으로써 음소 분석이 가능하고 사용에 편리하여, 표준어 보급, 중국어 교육, 인명, 지명, 과학 용어의 번역 등에 크게 기여했다.

 

漢語?音方案

 

1-3-5 敎會羅馬字, Wade System 등

상기한 바 중국의 어문개혁운동이 일어나게 된 데는 많은 원인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1840년 아편전쟁 패배 이후 자국의 부흥에 노력하던 중국 지식인들이 정보의 원활한 소통과 교육의 광범위한 보급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어문개혁이 불가결하다고 인식했던 점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된 이면에는 서양인에 의한 중국어의 음표문자 표기화 시도가 작용했다. 그것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교회로마자와 Wade System였다.

17세기초 이태리 선교사 Matteo Ricci나 프랑스 선교사 Nicolas Trigault는 로마자로 중국어 음운을 표기하어 전도 목적에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18세기 말엽 부터는 프로테스탄트에 속하는 선교사들이 해안을 따라 활발한 활동을 벌이면서, 포교의 목적으로 각 지방의 중국어를 연구하여 로마자로 기록하기 시작했고, 교회로마자라고 불리우는 바로 이러한 표기체제는 나중 일반 기독교 신자에게도 상당히 널리 보급되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바탕위에, 영국대사관 중문비서로 근무했던 Thomas Francis Wade가 이른바 Wade System4)을 창안하였는데, 이 표기법은 서방세계에서 한어병음방안이 보급되기 전까지 중국어를 표기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기능했다.5)

 

 

2. 중국문학에 관한 용어

 

 

2-1  文學, 文藝, 體裁

 

2-1-1 文學

 

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은 수도 없이 많다. 좀 큰 서점에 가면 이 문제를 주제로 한 서적만 해도 수십 권일 정도로 말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우리는, 문학이란 말과 글을 통하여 형상적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작자의 사상,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6) 아래에서 보다시피 文學에 대한 중국의 통상적 이해 역시 이와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대륙의 경우에는 우리와 미묘한 차이가 있기도 하다.

 

(1) 언어 문자를 도구로 하여 형상적으로 객관 현실을 반영하는 예술로, 극, 시, 소설, 산문 등을 포함한다. (《現代漢語詞典》, 中國社會科學院語言硏究所詞典編輯室 編, 北京 : 商務印書館, 2005)

(2) 언어를 사용하여 형상을 창조함으로써 사회생활을 반영하고 작가의 사상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 (《文學詞典》, 孫家富 張廣明 等編, 武漢 : 湖北人民出版社, 1983)

(3) 문학은 언어 예술로, 사회 생활에 대한 작가의 감수, 체험, 인식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예술적 가공을 거쳐 언어로 창조한 형상을 통해 심미적으로 사회생활을 반영한 예술. (《文學理論詞典》, 鄭內臧 唐再興 主編, 北京 : 光明日報出版社, 1989)

(4) 사상, 정감, 상상을 포함하고 있는, 예술적 방법으로 인생을 묘사한 작품. 소설, 산문, 시가, 극 등. (《國語日報辭典》, 何容 主編, 臺北 : 國語日報社, 1981)

 

 

2-1-2 文藝

文藝라는 용어는 용도가 다소 복잡하다. 대체로 (1) 文學과 藝術의 통칭 (2) 文學 및 공연예술表演藝術(戱劇, 舞蹈, 雜技7) 등)의 통칭 (3) 文學 등 세 가지로 사용된다. 그런데 좀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우선 文學과 藝術의 통칭이라고 하는데, 문학은 예술의 일부가 아닌가?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볼 때 이 말이 맞는 걸까? 이는 사실 중국어에서 藝術이 두 가지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즉 繪畵, 雕塑, 建築, 音樂, 舞蹈, 曲藝8) 및 文學을 아우르는 의미 외에도 문학을 제외한 나머지 예술 만을 가리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文藝라는 말을 文學이라는 말의 대체어로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개념의 혼동이기도 하지만 또 어떤 측면에서는 중국 문학의 어떤 부분이 순수하게 말과 글로만 이루어져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는 위에서 文學이란 용어를 설명할 때 대본(극본)이 아니라 극을 문학의 한 부분으로 포함시켜 놓은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 점은 아래 중국문학의 장르 부분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1-3 장르體裁

문학의 장르 구분법은 문학이라는 개념에 대한 설명 못지 않게 대단히 다양하다. 여기서는 편의상 위의 文學이란 낱말의 풀이에서 나왔던 가장 통상적인 방법을 따르겠다.

 

(1) 詩歌 : 일정한 리듬節奏과 운율韻律을 갖춘 문학 장르로, 우리말의 시, 시가와 같은 개념이다.

(2) 小說 : 인물人物, 구성情節9), 배경環境에 대한 묘술을 통하여 인간의 삶을 형상적으로 반영하는 문학 체재로, 우리말의 소설과 같은 개념이다.

(3) 散文 : 중국 고대에는 문학적이든 비문학적이든 간에 韻文, 騈文과 구별되는, 압운과 대우가 없는 모든 산체 문장을 가리켰다. 나중에 점차로 운율을 지닌 시가 작품과 구별하여, 소설 및 여타 서정이나 기사를 한 문학 작품을 통칭했다. 현대에 와서는 隨筆, 小品文, 雜文, 報告文學 등을 가리키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雜文과 報告文學을 제외한, 문예성을 띤 서사산문 및 서정산문 만을 散文이라 부르기도 한다. 오늘날의 용법에서 볼 때 우리말에서는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수필과 근사한 개념이라고 하겠다.

  ㈎ 隨筆 : 신변잡사 등을 그 소재로 하는 비교적 자유로운 형태의 짧은 글로, 우리의 서정수필과 근사한 개념이다.

  ㈏ 小品文 : 어떤 사건이나 이치를 중심으로 하는 서정적 철리적인 글로, 우리의 에세이와 근사한 개념이다.

  ㈐ 雜文(雜感文) : 사회적 사건 등을 소재로 하여 정론성이 강한 비교적 짧고 예리한 글로, 우리의 에세이적 성격을 가진 짧은 평론에 근사한 개념이다.

  ㈑ 報告文學 : 문예성의 通訊, 速寫10), 特寫11) 등의 총칭으로, 제재 면에서 반드시 뉴스성을 가진 실제 인물 실제 사건을 취급하며, 표현 면에서 반드시 문학적 수법을 통하여 형상적으로 이를 재현한다. 우리의 르뽀문학 또는 보고문학이라는 개념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분야가 아직 문학의 한 부분으로 완전히 정착한 것 같지는 않은데 비해 중국에서는 그 독자성을 확실히 인정받고 있다. 중국문학 작품은 아니지만 에드가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 별》이 이에 속한다고 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4) 戱劇 : 배우가 이야기를 연출하는 것을 통해 사회생활 중의 갖가지 충돌을 반영하는 예술로, 우리 말의 극이라는 개념과 거의 유사하다. 그런데 아래에서 세분해 놓은 것처럼, 문학의 한 부분으로 보기가 어려운 것들이 이에 포함된다. 가끔 대본, 극본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 話劇 : 대화와 동작으로 연출하는 극으로 우리말의 연극에 해당한다. 간혹 이 단어를 한자 발음 그대로 화극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 戱曲 :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노래와 춤을 연출의 주요 수단으로 하는 중국의 전통적 극을 말한다. 전통극, 구극이라고 하면 될 것인데, 崑曲, 京劇 및 각종 地方戱 등이 이에 포함된다. 둘째는 일종의 문학 형식으로, 雜劇 및 傳奇 중의 가사唱詞를 말한다. 따라서 戱曲을 한자 발음만 보고 우리말의 희곡으로 여기면 안될 것이다.

  ㈐ 歌劇 : 詩歌, 音樂, 舞蹈 등의 藝術을 종합하되 노래를 위주로 하는 극으로, 우리 말의 가극과 같은 뜻이다. 이에는 오페라, 오페레타, 뮤지컬 따위가 다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 舞劇 : 주로 춤으로 표현하는 극으로, 발레가 이에 속한다.

 

이상에서 보다시피 중국의 통상적인 문학의 장르 구분법은 시, 소설, 희곡, 수필, 평론이라는 우리의 통상적인 5분법과는 달리 詩歌, 小說, 散文, 戱劇이라는 4분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여기서 戱劇의 일부는 文學에 속한다고 보기가 곤란하다. 그 때문에 중국에서는 종종 文藝라는 말로 이를 아우르며, 그러다보니 아예 文藝라는 말로 文學이라는 용어를 대체할 때도 있게 되는 것이다.

 

2-2 古代文學, 近代文學, 現代文學, 當代文學, 新時期文學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1894년 갑오경장에서 1945년 광복 때까지를 근대라고 하고 그 이후를 현대라고 부른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1840년 아편전쟁 이전까지를 古代라고 하고, 1840년 아편전쟁에서 1919년 5·4운동까지를 近代라고 하며, 그때부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때까지를 現代, 그 이후를 當代라고 구분한다. 또 1976년 이후를 新時期라고 따로 떼어 부르기도 한다. 중국문학의 시기 구분에 관한 용어도 거의 이에 준하여 이루어져 있다.

 

2-2-1 古代文學, 近代文學

중국에서 古代文學라고 하면, 광의로는 1917년 이전의 중국문학을 뜻하지만, 일반적으로는 1840년 이전의 중국문학을 가리킨다. 1840년에서 1917년까지의 중국문학은 近代文學이라고 부른다. 古代文學을 다시 세분할 때는 보통 조대별로 구분하는데, 예컨대 先秦文學, 兩漢文學, 魏晉南北朝文學, 唐宋文學, 元明淸文學 이런 식이다. 유사한 차원에서 近代文學은 晩淸文學, 淸末文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2-2 現代文學, 當代文學, 新時期文學

중국문학에서 現代文學이란, 넓은 의미에서는 1917년(혹은 1919년)에서 현재까지의 중국문학을 말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1917년(혹은 1919년)에서 1949년까지의 중국문학을 말한다. 1949년 이후 현재까지의 중국문학은 當代文學이라고 하며, 그 중에서도 특별히 1976년에서 현재까지의 중국문학을 新時期文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1917년이 現代文學의 기점이 되는 것은 이 해에 이른바 신문학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문학혁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와서는 現代文學과 當代文學이 본질적으로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서 이를 모두 아우르는 말을 쓰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래서 20世紀文學과 같은 말이 제시되기는 했지만 아직 보편적으로 정착된 용어는 없다.

 

2-3 古典文學, 俗文學, 民間文學

 

2-3-1 古典文學

고대문학과 고전문학이란 말을 혼용해서 쓰는 사람이 제법 많다. 그러나 엄밀히 보자면 양자는 서로 다르다. 중국에서 古典文學이란 고대문학 중에서도 우수하고 전범이 되는 문학을 뜻한다. 李白이나 杜甫의 시처럼 대개 文言文으로 되어 있는데, 이와 비슷한 범주를 가진 말로는 正統文學, 文人文學, 貴族文學, 士大夫文學 등이 있다.

 

2-3-2 俗文學, 民間文學

古典文學에 상대적인 용어로는 중국 고대의 통속문학이라는 의미의 俗文學이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국 고대의 군중 집체의 구두 창작적이고 구전적인 문학을 말한다. 《三國志》, 《西遊記》처럼 주로 白話로 되어 있으며, 神話, 傳說, 故事12), 歌謠, 平話13), 諺語, 講唱14), 戱曲 등이 이에 포함된다. 종래에는 通俗文學, 平民文學, 民衆文學, 民俗文學, 大衆文學, 口耳文學, 口碑文學, 講唱文學, 大衆語文學, 農民文學, 鄕土文學 등의 용어도 함께 쓰였으나 지금은 민중의 역량과 그 문학을 인정한다는 측면에서 民間文學이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다.

 

 

1) 중국은 다민족 통일 국가로 1990년 통계로 중국의 소수민족은 모두 55개 민족에 9,120만명이다. 그중 壯族이 인구가 1,388만으로 제일 많으며, 인구 100만 이상의 민족으로는 蒙古族·苗族·藏族·回族·壯族·彛族·瑤族·維吾爾族·布依族·土家族·合尼族·白族·滿洲族·동族·朝鮮族 등 15개 민족이 있고, 인구 10만 이상 100만 이하는 13개 민족이 있으며, 그외는 인구 10만 이하다. 특히 珞巴族은 인구가 2,312명이다. 이들 소수민족은 비록 인구 수에 있어서는 전 중국 인구의 약 8% 밖에 점유하고 있지 못하나, 거주지역은 중국 총면적의 50-6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여러 省 중에서 가장 많은 소수 민족이 거주하고 있는 곳은 雲南省으로 모두 20여개의 소수민족이 있다. 朝鮮族은 인구 약 176만명으로 주요 거주지는 吉林省이며, 그밖에 黑龍江·遼寧 등지에도 다수가 거주하고 있다.

2) 간혹 '이름을 한문으로 적어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漢文이란 앞서 말한 것처럼 文言文을 의미하므로, 이는 잘못된 것이다. 마땅히 '이름을 한자로 적어보라'는 식으로 말해야 할 것이다.

3) 한자의 수는 대략 6만자로 추정된다고 한다. 《康熙字典》(1716)에는 47,035자, 《中文大辭典》(1979)에는 49,905자가 실려 있다. 중국의 상용한자는 대략 3,000∼3,500자 정도이다.

4) 나중 중국 주재 영사직을 거친 Hebert Allen Giles가 케임브리지 교수 재직시 이를 계승한 英漢詞典을 내놓아 Wade-Giles식이라고도 불린다.

5) 1977년 UN 지명표준화회의는 중국 지명의 알파벳 표기시 한어병음방안을 따르기로 했다. 1981년 국제표준화기구 즉 ISO의 문헌기술작업위원회는 한어병음방안을 중국어 기록의 국제표준으로 결의했다.

6) 문학 : 정서·사상을 상상의 힘을 빌어서 언어 또는 문자로써 표현한 작품. (《국어대사전》, 이희승 편저, 서울 : 민중서림, 1986)

7) 각종 기예공연의 총칭. 예컨대 車技·口技·頂碗·走鋼絲·獅子舞·魔術 등.

8) 說唱文學. 說唱藝術의 총칭. 大鼓·彈詞·琴書·道情·牌子曲·快板·評話·相聲·數來寶·大本曲·山東快書 등 300여종.

9) 얽어짜기. Plot. 서사성 문예 작품에서 묘사된 일련의 구체적 사건. 즉 인물의 생활과 투쟁의 발전 과정으로, 보통 발단開端·전개發展·절정高潮 및 대단원結局으로 나누어지는데, 경우에 따라 프롤로그序幕와 에필로그尾聲가 덧붙여지기도 한다.

10) 스케치. 보고문학의 한 분야로, 삶의 편린이나 어떤 한 장면 혹은 한 인물이 그 대상. 묘사 대상의 가장 돌출한 특징을 신속하게 집어내어, 간결하고도 효과적인 필치로 대강의 윤곽을 그려내되 선명하게 묘사해냄으로써, 독자에게 뚜렷한 인상을 준다.

11) 보고문학의 한 분야로, 실제 인물과 실제 사건을 돌출 시키는 방면에서 영화의 클로우즈 업과 유사한 특징을 지니고 있음. 뉴스성과 문학성의 유기적 통일이 기본적 특색으로, 삶의 단편을 취하여 문학적 수법을 써서 인물의 활동과 활동의 장소 및 분위기를 재현함. 事件特寫와 人物特寫로 나눌 수 있다.

12) 이야기. 스토리Story. ① 서사성 문예 작품에서 인과 관계를 가진 일련의 생활 사건. 흡인력을 가진 얽어짜기情節를 통해서 표현되므로 故事情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② 사건의 전개 과정을 중점 서술하면서 스토리의 생동성과 연관성을 강조하되 인물의 성격에 대한 묘사는 비교적 생략하는, 서사산문을 가르키는 말로도 쓴다. 예컨대 民間故事·革命故事 등. 民間故事는 動物故事·幻想故事·生活故事·民間寓言 및 笑話 등으로 대별된다.

13) 評話. 評書. 評詞. 때로 醒木으로 흥을 돋구기는 하지만 반주나 창은 없이 說者 혼자서 행하는 曲藝의 일종으로, 역사고사를 講說할 때 종종 비평을 곁들임으로써 그 이름이 유래. 북방지역에서 성행. 平話는 원래 說書人 용의 저본으로 중국 고대 백화소설과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발전해 왔는데, 상대적으로 보아 언어가 通俗·順口·形象·生動的이며 故事情節에 曲折·派瀾·起伏이 있으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과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武王伐紂平話〉 〈三國志平話〉 〈新編五代史平話〉 〈大宋宣和遺事〉 등이 유명하고, 현대문학작품 중에서는 〈岳飛傳〉 〈烈火金鋼〉 〈敵後武工隊〉 등이 있다.

14) 산문으로 이야기를 강술하는 부분과 운문으로 이야기를 가창하는 부분이 결합된 공연예술로, 부분적으로 간혹 인물의 동작을 흉내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