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6._국제신문/이제명의 오션 드림] 무주공해(無主空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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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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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명의 오션 드림] 무주공해(無主空海)

 

2025.03.06.

 

‘트럼프가 돌아왔고, 중남미 바다는 미국의 입김에 휘둘리는 중이다’

GOM(Gulf of Mexico)으로 표기되는 멕시코만은 2010년 4월 심해저 석유 시추 설비가 수심 1600m 해저에서 폭발을 일으켜 6억5000만ℓ의 원유가 해저에 유출되었던 ‘딥워터호라이즌 폭발사고’로 유명세를 치른 해역이다. 심해유전 개발이 워낙 활발히 이루어지는 해역이다 보니, 조선해양산업계에서 GOM은 따로 설명을 요구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관용적 용어다. 이곳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GOM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GOA(Gulf of America)로 부르자고 나섰고 멕시코는 유엔에 제소했다. 해류나 해저지형, 선박 운항 조건이나 석유 시추 환경 등과 같이 바다의 특성과 규정을 다루는 조선해양산업 기술 문서에서 GOM의 표기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귀추가 궁금해진다.

1년여 전 중남미 카리브해 연안국 콜롬비아를 방문한 적이 있다. 콜롬비아 최대 항구 바랑키야를 중심으로 조선 산업단지를 구축하는 방안에 관한 협력 요청 대응 방문이었다. 콜롬비아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보고타는 해발 2600m에 자리 잡고 있어 항공과 육로 외에는 마땅한 물류 운송 방법이 없다. 육로라고 해도 험난한 산악지형을 가로질러야 하기에 주로 철도가 아닌 자동차를 이용하고, 그래서 주요 도시로의 물류공급 뿐만 아니라 나라 전반에 미치는 물류 기반이 빈약하다. 당연히 제조업의 발전은 언감생심이다. 이런 연유로, 최대 항구 바랑키야를 중심으로 하는 조선발(發)제조업 부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고 항구를 기반으로 국가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의욕을 설명했다.

더 나아가 인접한 파나마운하에서 조성되는 선박수리산업을 독점하고자 하는 자국 조선산업의 희망도 설명했었다. 현재의 콜롬비아 조선산업은 저가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산 선박 때문에 자생력을 상실한 상황임을 설명했고, 우리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런데 하필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중국 자본에 종속된’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미국에 다시 돌려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가령, 우리나라와의 협력으로 상전벽해급 조선산업 발전을 이루더라도 그들의 꿈이 그리 쉽사리 달성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듯하다.

중남미 바다에서의 소유권 다툼과 중남미 주요 국가인 콜롬비아의 조선산업 부흥 의지는 공교롭게도 탈(脫) 중국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조선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 중남미 바다 정세를 뒤흔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산업만큼은 우리나라를 최우선 협력 파트너로 대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셈법이 필요한 부분이다. 세계 각지의 정치적 변화에 따른 시장 정세를 읽어야 함의 방증이다.

중남미 바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덴마크와 미국 간에 불거진 그린란드 매각 다툼, 북극의 지하자원 선점 욕구 등 북극으로 향하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북극항로의 중요성과 다양성또한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북극에 인접한 국가들의 당연한 소유권 주장과 인접하지 않은 국가들이 접근 권한을 보장받기 위한 파상적인 노력은 물론, 해빙을 이용한 새로운 항로 선택지로서의 북극해 역할까지 겹쳐지고 있다. 인류의 존망에 가장 큰 위협으로 지탄받는 지구온난화가 또 다른 형태의 바다 활용 기회가 되는 다소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부산에서 ‘북극항로개척 전담조직(TF)’ 결성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북극항로가 활성화된다면 부산이 가장 매력적인 기항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다. 부산항의 규모나 우리나라 조선산업 위상 등을 놓고 볼 때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보다 치밀한 후속 과정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북극항로개척이 새로운 해양산업의 유일한 대안도 아니다. 콜롬비아만이 아니라 카리브해 연안 중남미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조선기술을 전수한다면 중남미 제조업 시장이 우리 가시권에 들어온다. 조선과 해양을 시작으로 한 기술 패권도 가능해질 터이다.

바다는 항상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 왔다. 각기 다른 양상의 기회들을 시대별로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따라, 마치 주인인 듯 바다를 대하던 몇몇 국가들이 때로는 짧게, 때로는 유구한 시간으로 역사 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세계는 지금 그런 바다를 식탁 위에 올려 두고, 과거 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정치적 셈법으로 재단하고 있다. 지구 전체적인 기후변화 현상은 상상도 못 하던 새로운 메뉴도 식탁에 올렸다.


무주공해(無主空海)다. 모두가 서로 주인이 되려고 한다. 그들과 싸워보기라도 하려면 일단 바다로 나가야 한다. 당연히 비행기나 자동차가 아닌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답은 너무도 자명하지 않은가. 이 세상 누구도 보지 못한, 누구도 갖지 못한 기술을 탑재한 ‘Made in Korea’ 선박이 공해에 등장하면, 그 항로와 그 바다는 대한민국의 영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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