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서식하는 세균으로부터 다발골수종(multiple myeloma)을 치료하는데 유용한 프로테아솜 억제 물질(proteasome inhibitor)을 동정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의 학자들이 수행한 이번 연구의 결과는 학술지 “암 세포(Cancer Cell)”, 11월호(8권, 5호, 407-419)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해면 퇴적물에 서식하는 해양 세균으로부터 항암성을 갖는 화합물을 유도해 약효를 검증한 결과 약물 저항성(drug resistance)을 나타내는 다발골수종 세포를 사멸시키는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목할 점은 동정된 약리 활성 물질에 동반하는 독성(toxicity)이 기존의 다른 치료제로 인한 독성보다 더 약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동정된 물질의 명칭은 NPI-0052로 암세포의 프로테아솜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차단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프로테아솜은 세포에서 쓰레기를 처리 반으로 활동한다. 형성된 지 오래된 단백질이나 불필요한 단백질을 분해해 제거하는 것이 그 임무여서 이 같은 프로테아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손상된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종국에는 세포가 사멸하고 만다.
프로테아솜을 억제하는 약물로는 이미 의약품 시장에서 시판되고 있는 것도 있다. 보르테조미브(bortezomib)란 약이 그것으로 이 또한 다발골수종을 치료하는데 사용된다. 그러나 이 약물과 이번에 동정된 NPI-0052 사이에는 화학적인 구조 면에서나 약리 기전 면에서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NPI-0052 약물이 기존 약물에 비해 우수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NPI-0052의 제 1 임상 연구는 오는 2006년 초에 끝날 예정이라고 한다. 이후부터는 정해진 임상 연구 과정을 거쳐 신약 검증 절차를 계속할 계획이다. 의약품으로서의 개발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단독 치료제와 다른 약물과 병용 치료제로 사용하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보르테조미브와 혼용하는 방법이 특히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같은 표적을 다른 기전을 통해 공격하기 때문에 항암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