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2천800m의 물 속에서 빛과 산소 없이 독자생존하는 신종 미생물이 발견돼 외계 생명체를 찾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BBC 뉴스와 ABC 뉴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과학자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요하네스버그 인근 음포넹 금광에서 물로 채워진 지하 2천800m의 틈 속에 사는 미생물을 발견했으며 이 곳에 다른 어떤 종류의 생물도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분석에 들어가기 전 미생물이 살고 있는 60℃의 물 표본에서 여러 종류의 미생물들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검출된 DNA의 99.9%가 새로운 단일종 박테리아이고 나머지 DNA는 광산과 실험실의 오염원에 따른 것임을 밝혀냈다.
물과 수소, 황 성분에서 에너지를 얻는 이 미생물은 쥘 베른의 소설 '지구 속 여행'(1864)의 한 구절에 나오는 '용감한 여행자'(audax viator)에서 이름을 따 디설포루디스 오댁스비에이터 (Desulforudis audaxviator)로 명명됐다.
과학계는 "한 생태계에 단 한 종의 생물만 살고 있다는 것은 미생물 생태계의 기본 원리를 뒤집는 것"이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이 미생물이 우리가 알기로는 '죽은 환경"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얻어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항공우주국(NASA) 우주생물학연구소의 칼 필처 소장은 "직접 햇빛을 이용하지 않는 생태계들도 모두 실제로는 광합성의 결과물을 이용한다"면서 예를 들어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심해 열수구의 미생물들도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소를 이용하며 이 산소는 해수면의 플랑크톤이 광합성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클리 연구소 연구진은 D.오댁스비에이터가 주변 암석에 들어 있는 우라늄의 방사성붕괴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미생물은 용해된 이산화탄소로부터 탄소를 추출하는 유전자와 주변 암석에서 나온 질소를 고정시키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탄소와 질소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단백질과 아미노산의 성분이며 이 미생물은 필요한 모든 아미노산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 미생물은 또 자신의 DNA와 RNA가 건조해지거나 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되거나 굶어죽지 않도록 보호하는 단단한 껍질인 내생포자(內生胞子)를 형성해 해로운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연구진은 "다른 행성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지 여부를 생각할 때 반드시 제기되는 문제는 유기물이 햇빛과의 접촉조차 없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는데 이 미생물의 발견으로 그럴 수 있다는 증거가 나왔다. 생명체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단 하나의 게놈에 다 들어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철학적인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미생물은 화성, 또는 토성의 제6위성인 엔셀라두스의 표면 아래 살고 있을 지도 모르는 유기물과 같은 종류일 것으로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