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일자
2025-02-11
조회수
16

[1.5℃ HOW] 기후 대응 책임 회피?...주요국, NDC 제출 ‘뒷짐’

 

내용요약최대 배출국 中·인도·EU 미제출...韓도 제출국 명단에 없어
개도국, 더 빠르고 강력한 기후 대응 촉구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NDC의 완성도에 초점 맞춰야”
파리협정에 서명한 195개 당사국 대부분이 새로운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을 마감 기한까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파리협정에 서명한 195개 당사국 대부분이 새로운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을 마감 기한까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 서명한 195개 당사국 대부분이 기후위기 최악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지를 결정할 새로운 핵심 계획을 마감일인 10일(현지시간)까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아직 새로운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엔은 더 정교한 계획 마련을 강조하며 마감일을 넘긴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10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 더 가디언 등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마감일까지 새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를 제출한 국가는 10개국에 불과했다.

파리협정 채택 당시 당사국들은 2100년까지 기수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제한하고,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협정의 일환으로 각국은 5년마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담은 새로운 NDC를 제출하기로 약속했다. 또 각국은 5년마다 ‘전 지구적 이행 점검’을 통해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진행 상황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NDC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각국이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정하게 노력하도록 책임을 부과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는 미국, 영국 그리고 올해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개최국인 브라질만 NDC를 제출했다. 이 외에 아랍에미리트(UAE), 에콰도르, 세인트루시아, 뉴질랜드, 안도라, 스위스, 우루과이가 마감일에 맞춰 NDC를 제출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을 비롯해 인도, 유럽연합(EU)은 NDC를 아직 제출하지 않았고, 한국도 제출국 명단에 없다.

마감일을 넘긴 국가가 차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의 83%에 이르며, 세계 경제의 약 80%를 차지한다고 영국 기후 관련 비영리 매체 카본브리프가 분석했다.

새 NDC가 시급한 이유는 현재의 계획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를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면 금세기 내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미 이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강조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각국이 5년 전 설정한 기존 감축 계획대로 진행한다면 금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2.6~2.8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개발도상국들은 전 세계 배출량의 83%를 차지하는 주요 선진국과 신흥 경제국이 더 빠르고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주팔라우 유엔 대사이자 군소도서국그룹(AOSIS) 의장인 일라나 사이드는 “G20를 비롯한 주요 배출국들이 보다 야심찬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담은 새로운 NDC를 제시해야 한다”며 “지구 평균 온도 1.5도 이내 억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신속하고 과감하며 지속적인 감축이 필요하다. 전례 없는 기후 위기 속에서 국제 협력을 더욱 강화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협상단(African Group of Negotiators) 의장이자 케냐의 기후변화 특사인 알리 모하메드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재난이 일부 국가, 특히 G20의 오염으로 인해 초래됐다”며 “각국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지난해 가장 더운 해로 기록...트럼프 美 대통령도 '변수'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를 초과한 상태로 1년 내내 유지되면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더욱 부각됐다. 통상적으로 NDC 제출이 지연되는 것은 큰 문제로 여겨지지만, 올해는 더 큰 변수가 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미국을 파리협정에서 탈퇴시켰다. 다만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의 61~66%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새 목표를 확정해 발표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등 국가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무역 전쟁을 촉발했다. 중국도 여기에 맞대응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분쟁으로 이미 혼란스러웠던 국제 정세는 더욱 요동치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정은 기후 외교 관계자들에게도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일부 외교관들은 트럼프의 초기 정책 변화가 어느 정도 정리될 때까지 NDC 발표를 미루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각국이 NDC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수정할지도 불투명하다. 지난 COP26에서는 NDC를 기존 주기보다 더 자주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이후 목표를 실제로 강화한 국가는 거의 없다.

NDC 미제출 국가 중 중국, 인도, EU 등 일부 G20 국가들이 강력한 NDC를 제출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대규모 감축을 달성해 1.5도 목표를 지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레이첼 카이트 영국 기후 특사는 “각국의 NDC를 모두 종합해도, 우리가 목표 궤도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반드시 재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NDC는 협상과 업데이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카이트 특사는 “NDC는 한 번 정하면 끝나는 문서가 아니다”라며 “목표치는 상한선이 아니라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유엔도 NDC 제출 마감일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보다 철저하게 다듬고,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계획을 더욱 정교하게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지난 6일 연설에서 “각국이 수립하는 NDC는 이번 세기 발표될 가장 중요한 정책 문서다. 따라서 NDC의 완성도가 최우선 고려 사항이 돼야 한다”라며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계획을 마련하고, 그 계획을 어떻게 실행해 기후 위기에 대응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스틸 사무총장은 각국이 늦어도 9월까지 NDC를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월 이후에는 전문가들이 이를 종합 분석해, 현재 계획들이 지구 평균 온도를 1.5도 이내로 억제하는데 충분한지 평가하는 공식 ‘종합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첨부파일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
다음글
[ESG 리더스]강봉수 딥비전스 대표 "기술 약자 배려, 미래를 위해 환경을 지키는 것이 '공평이자 정의'"
이주미 2025-02-12 10:46:10.877
이전글
[1.5℃ HOW] 기상청, 첫 ‘폭염백서’ 발간...“세기 말 폭염 심화”
이주미 2025-02-12 10:35:42.303
기간검색
RSS 2.0 118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