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지구 평균 기온이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파리협정의 마지노선인 섭씨 1.5도를 웃돌며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그런데 최근의 기온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2개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 영국 인디팬던트 등 다수의 외신은 11일(현지시간) 독일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UFZ)와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UFZ와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는 특정 해의 기온이 높아지는 현상이 장기적인 온난화 시대를 알리는 신호인지 각각 분석해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1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1850~1990년)보다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목표는 단순히 특정 연도의 기온이 아니라, 20~30년간 평균 기온을 기준으로 한다. 연구진은 따라서 2024년 한 해 동안 1.5도 상승폭을 초과했다고 해서 곧바로 파리협정 목표가 깨졌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두 연구진은 각각 이 같은 현상이 단기적인 기온 변동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온난화 시대의 시작인지 분석했다.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 연구진은 지난해 6월까지 12개월 연속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넘었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12개월 연속 1.5도 상승 폭 초과가 장기적인 온난화 신호인지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12개월 연속으로 1.5도 상승폭을 초과한 경우 역시 장기적으로 이를 유지할 확률이 높았다. SSP2-4.5 시나리오에서는 76%, 더 강력한 기후 정책을 반영한 SSP1-2.6 시나리오에서는 56%였다.
특히 18개월 연속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초과하는 경우 파리협정 목표를 초과하는 것이 확정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알렉스 캐넌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 기후연구국 박사는 “몇 달 혹은 몇 년간 1.5도를 초과했다고 해서 목표가 깨진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의 기온 상승 속도를 고려할 때, 파리협정 목표가 예상보다 빨리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독일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 연구진은 1981~2014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특정 연도의 기온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이후 20년 동안 해당 기온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즉, 지난해 상승 폭이 1.5도를 넘은 것이 최소 20년 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기후 정책이 유지될 경우, 1.5도 이상의 온난화가 20년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99%에 달했다. 더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반영된 SSP1-1.9, SSP1-2.6 시나리오에서도 확률이 75% 이상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만약 기온 상승 속도가 현재처럼 유지된다면, 1.5도 이상의 온난화가 20년간 지속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정 연도의 기온이 장기 평균보다 크게 높아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지난해의 기록적인 폭염은 지구가 이미 1.5도 수준의 20년 온난화 시기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두 연구진은 “연 평균 기온이 1.5도를 넘었다고 절망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야말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만 연구진은 장기적인 온난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해서, 곧바로 지구가 그 수준에 도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는 해당 기간의 중간 지점인 약 10년 후에나 명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기적인 강력한 기후 대응 조치를 통해 기온 상승 속도를 빠르게 둔화시킨다면, 추가적인 지구온난화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두 연구는 각기 다른 방법을 사용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2024년의 기온 상승이 장기적인 온난화 시대의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독일과 캐나다 연구진은 “온난화가 계속될수록 기후변화의 피해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파리협정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강력한 기후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과학자들도 이번 연구 결과가 화석연료 사용, 산업 활동, 산림 파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왕립기상연구소(Royal Netherlands Meteorological Institute)의 비키 톰슨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장기적인 온난화가 기존 예측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우리가 이 수준에 도달하는 속도는 매우 충격적이며, 다시 한번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영국 기상청의 스티븐 벨처 교수는 “1.5도 이하로 유지할 수 있는 여유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설령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지구 평균 온도를 2도 이하로 억제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는 온난화의 정점을 제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브리스톨 대학 카봇 환경연구소의 앨런 케네디-애서 선임 연구원은 “안타깝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어쩌면 파리협정이 경고했던 1.5도의 세계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수준에 도달했거나 이를 초과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더라도, 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신속한 대응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기온 상승 속도가 중요한 만큼, 0.1도의 차이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